*이번주 글은 The Flywheel - Million Dollar Newsletter 과 Nathan Barry - How Much Are 30,000 Subscribers Worth? 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이번주는 지난주에 이어서 Packy McCormick의 Not Boring을 심층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지난주 에피소드에서 대략적인 Not Boring의 성장기를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Not Boring의 수익모델과 Packy McCormick이 가지고 있는 비전,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나의 생각과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지난주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일독을 권한다.
읽고 오셨다면, 바로 시작해보도록 하자.
Not Boring의 3가지 비즈니스
Not Boring은 크게 세 가지의 수익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당연히 매주 발송되는 뉴스레터 그 자체이고, 나머지 두 개는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Not Boring Capital과 인재풀(Talent Collective)이다. 이 둘에 대한 설명글을 한국어로 옮겨보면:
Not Boring Capital: 우리는 들려줄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에 투자를 하고 그들이 그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도록 돕는다.
Talent Collective: 지루하지 않은(Not Boring) 구직자들과 고용주들의 커뮤니티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1)뉴스레터 발행, (2) 엔젤 투자, 그리고 (3) 구직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 요소는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겠다.
뉴스레터 광고 수익
Not Boring은 무료 뉴스레터다. 17만명이나 되는 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Packy의 인사이트를 받아보기 위해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Packy는 돈을 받기 위해 홍보와 고객 유치가 필요한 회사들에게 접근한다. 어떤 회사든지 Not Boring에 실릴만큼 흥미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고 광고료를 지불할 의향만 있다면 Packy가 이끄는 17만명의 커뮤니티에 하루아침에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17만명은 불특정 다수도 아니다. Not Boring을 구독하는 만큼, 기술과 최신 트렌드에 밝고 스타트업/IT 업계 종사자일 가능성 또한 높다. 자동으로 이뤄지는 타겟 광고이기도 한 것.
실제로 Not Boring이 Deep Dive를 작성해줬던 회사 중 하나인 ScienceIO의 Will Manidis는 뉴스레터의 파급력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무려 2달 동안 새로 유입된 고객의 절반이 Not Boring을 통해서 인바운드로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Not Boring의 광고란을 차지하기 위한 대가는 어떻게 될까?
The Flywheel - Million Dollar Newsletter에 따르면 Packy가 책정하고 있는 광고료는 다음과 같다.
월요일 광고란: $5,000 (한화 약 620만원)
목요일 광고란: $3,000 (한화 약 370만원)
한 회사에 대해 깊게 다루는 포스트 써주기: $10,000 ~ $20,000 (한화 약 1200만원 ~ 2500만원)
보다시피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위 가격은 구독자 수가 3만명대였을 때의 수치다. 따라서 지금은 더 높은 요금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지 못했다 -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어쨌든 저 간단명료한 가격표를 기반으로 계산해봤을때, Packy는 일주일에 대략 620+370+1850 = 2840만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한달에 1억 1천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여기에 12를 곱하면 12억을 거뜬히 넘기니, Packy가 했던 말이 절대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Not Boring Capital
이제부터가 흥미로운 대목이다.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Packy는 단순히 뉴스레터에서 회사들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 이외에도 좋은 회사들에 직접 투자를 집행하기도 한다.
아무리 Packy가 온라인 유명 인사라고 하더라도, 벤처캐피탈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닌 한 개인이 어떻게 많은 수의 초기 투자를 성사시킬 수 있었을까?
그의 첫 투자 시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벤처 캐피탈 펀드 형태가 아닌 Syndicate 이라고 불리우는 개인 투자 조합을 통한 것이었다. 크라우드펀딩과 유사하게, 개개인이 Not Boring 투자 조합에 투자금을 보내면 Packy가 그것을 맡아 관리하며 특정 회사들에 투자를 집행한다. Not Boring의 Syndicate는 엔젤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엔젤리스트에 가입한 개인이라면 누구나 합류할 수 있었던 듯 하다.
Syndicate을 발표하는 이 트윗이 남겨진 것은 20년 7월이었다. 그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난 21년 7월, Packy는 Introducing Not Boring Capital이라는 제목의 글을 독자들에게 발송한다.
이 글에서 그는 Not Boring Fund I(이하 Fund I)라는 이름의 VC 펀드 결성을 알린다. Syndicate가 위에서 말했듯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와 유사했다면, Fund I은 LP와 GP (Packy 자신), 그리고 운용 자산 규모까지 법적으로 정해진, 그야말로 실제 VC들이 운영하는 정식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업그레이드 버전.
LP (Limited Partner): 유한책임투자자. 펀드가 결성될 때 자금을 출자하는 사람들.
GP (General Partner): 무한책임투자자. LP의 돈을 운용하며 투자를 집행하고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
Fund I의 규모는 $8M(한화 약 90억원) 정도였다. 일반적인 벤처 캐피탈 회사가 조성하는 펀드 규모가 최소 백억 단위를 오가니 큰 규모는 아니지만, 트랙 레코드를 지니고 있는 하우스가 아닌 특정 개인이 조성한 최초의 펀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인상적인 기록이지 않을까 싶다. 규모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바로 Fund I에 참여한 LP들이다. 위 뉴스레터에 언급된 것들만 해도 Thrive Capital, Bain Capital Ventures, 마크 안데르센 (안데르센 호로위츠의 그 안데르센이다) 그리고 크리스 딕슨 (a16z의 유명한 크립토 투자자) 등이 있다. 미국 스타트업계의 슈퍼스타 여럿이 Not Boring Capital (Fund I)을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Not Boring Fund I의 또 다른 특이사항이 한 가지 있다면 Syndicate가 지니고 있었던 구독자 참여적 성격을 Packy가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해진 LP 자리 중 일부분을 Not Boring 구독자들을 위해 남겨놓았다고 적는다. 물론 Not Boring Fund I는 정식 VC 펀드이다 보니 법적 제약이 따르는 모양인지라, 미국 증권위에서 규정한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구독자에 한해 출자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Packy와 Not Boring의 VC 업계 첫 진출이 이루어졌다. 과연 그 도전의 결실은 어떠하였을까.
최소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3년 초 기준으로는 꽤나 성공적이었던 듯 하다. Fund I의 출범에 이어 22년도 1월에 $30M(한화 약 370억원) 규모의 Fund II가 론칭되었고, 불과 며칠 전인 23년 1월 10일에는 Fund II와 동일한 규모의 Fund III 운영이 공표되었다.
각 펀드들이 거둔 성과는 위 글, <Announcing Not Boring Capital Fund III>에 잘 나타나 있는데, 수익률이 상당하다. 물론 아직 엑싯이나 현금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펀드가 만기되었을 때의 수익률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Fund I은 총수익률 (Gross IRR) 17.5%를, Fund II는 7.1%를 기록했다. 작년 크립토 시장의 침체와 스타트업 시장의 자본 동결을 생각하면 꽤나 좋은 성적표라고 판단된다.
Not Boring과 Packy 본인이 VC 펀드를 운영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둬가는지는 명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아마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모두 챙겨가지 않을까 싶은데, 펀드를 운영하는 팀이 거의 Packy 혼자이고 인건비도 따로 들지 않으니 많은 돈을 벌 것 같다. 여기에다가 위에 등장한 뉴스레터 광고비용까지 더해지면 Packy는 이미 어지간한 직장인보다 높은 연봉을 받아가지 않을까? 부럽다.
인재풀(Talent Collective)
인재풀은 직관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Pallet이라는 구인구직 서비스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는데, Not Boring 독자들 중 일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인재풀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할 수 있다. 반대로 능력있는 직원을 고용하고자 하는 회사들 또한 요금을 지불하고 자신들을 인재풀에 등록한다 (Not Boring 포트폴리오사는 당연히 공짜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서비스 자체적으로도 회사들에게 후보자들을 매칭시켜주기도 하고, Packy가 직접 후보자 큐레이션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자세한 운영 방식은 직접 인재풀을 이용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하튼 요점은 단순하다: Not Boring이 소개하거나 투자한 회사들 (혹은 앞으로 그렇게 될 회사들)과 Not Boring을 구독하는 고능력 IT 업계 종사자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The Flywheel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위의 세 요소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여러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내가 생각한 요점을 한 줄로 줄이자면 - 내러티브가 있는 곳에 돈 그리고 사람이 모이고, Not Boring은 내러티브를 지배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내러티브란 무엇인가? 담론, 여론, 의견, 아이디어, 이론. 특정 주제나 이슈, 트렌드에 대한 전망 및 예측 이론을 통칭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동적 NFT가 중요해질 것이다”라는 주장과 그 근거들은 내러티브이다. 그 내러티브가 사람들에게 퍼짐에 따라 투자자들은 동적 NFT 관련 회사에 투자를 하고자 할 것이고, 창업자들은 동적 NFT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고자 할 것이며, 일반 개발자 및 디자이너들은 동적 NFT 관련 스타트업에 취직하고자 할 것이다.
Not Boring은 그러한 내러티브 생산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냈다. 그리하여 그들은 돈과 사람을 모두 데려와 Not Boring 이라는 생태계 내에서 돌게 한다.
Packy가 월요일 글에서 특정 기술 트렌드에 대한 글을 쓴다. 내러티브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 글이 퍼지고 나자 그 분야에서 아이템을 만들고 있던 스타트업들은 Packy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Packy는 자동으로 뛰어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중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Packy는 Not Boring Capital을 통해 투자를 집행하거나 목요일 Deep Dive 글에서 다룰 수 있다.
Packy가 목요일 글에서 특정 회사를 다루고 나면 독자들 중 그 회사가 마음에 들었던 사람들은 인재풀을 통해서 직접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Packy의 글을 보고 그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고객과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 또한 늘어날 것이다. 자신이 주장한 내러티브가 현실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러티브가 현실이 될수록 Packy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게 되고, 구독자는 증가한다.
1-2-3의 과정을 거치며 Packy가 얻게 되는 또 다른 자산은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 파이프라인이다. 똑똑하고 야망있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가 Packy의 손을 거치면 강력한 내러티브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Packy가 가만히 앉아있어도 그에게 찾아가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가설, 그리고 최신 뉴스들을 제공한다. Packy는 그 중 자신이 믿는 것을 발굴해내 1을 다시 반복한다.
Jake Singer는 이런 Not Boring의 선순환을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요약한다.
“Packy는 그의 글쓰기 덕분에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고, 동시에 그의 투자 덕분에 더 나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이처럼 Not Boring은 내러티브를 무기로 삼는 뉴스레터로 시작했고, 또 그 일을 끝내주게 잘했기 때문에 내러티브가 스며드는 다른 업들 - 벤처 투자와 구인구직 - 로도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강력하면서도 기발한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도 큰 성공을 거뒀지만 Not Boring은 분명히 더 성장할 것이다. 이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벤치마킹
이렇게 두 에피소드에 걸쳐서 Not Boring을 분석해보았다. Not Boring이 무슨 유니콘 스타트업도 아닌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이것이 뉴스레터, 나아가 롱폼 컨텐츠 기반 크리에이터가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폭을 선명하게 밝혀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롱폼 컨텐츠는 숏폼 컨텐츠에 비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직관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오히려 그만큼 깊은 생각과 이야깃거리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 사람 혹은 단체가 꾸준하게 생산하는 롱폼 컨텐츠를 소비해주는 팬베이스는 그만큼 깊은 사유에 대한 끈끈한 공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충성심이 더 높고 더욱 적극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이 움직이다 보면 내러티브가 형성되고, 이것이 성공하면 Not Boring과도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더욱 더 글에 깊은 생각을 담고, 소수가 되더라도 그 생각에 대한 공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 힘쓰고자 한다. 독자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때로는 독자들의 생각과 일화를 글에 싣고 하다 보면 어느 날에는 나도 Packy처럼 내러티브를 지배하는 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의 지지와 피드백, 그리고 응원이 절실하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번주 글을 끝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