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경 저커버그가 딸에게 작성한 편지를 읽었습니다. 군대에서 공부를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저의 내적 동기가 변했음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 편지를 통해 생각이 정리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타겟 독자는 ‘나 자신’ 입니다. 지금 정리된 이 개운한 느낌을 잊지 않고, 내적 동기를 늘 명심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적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장기적으로, 저커버그처럼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플레이어로서 기여하고 싶다.
장기적인 변화와 성취는 인간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의학을 살펴보자. 지난 50년을 살펴보면, 대단한 것들이 보인다. 1965년 이후, 심장질환으로 인한 표준화 사망률은 7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수치인가.. (경이롭다!)
20살 때까지는 그저 전세계 인구가 보다 생생하고 큰 꿈을 꾸는 세상을 꿈꿨다. 그런 세상 만드는데 기여하면 인생 사는 의미가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AI 기반 축구 스카우팅/에이전트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현실에 발을 두고 꾼 꿈이 아닌 망상이었다.
22살 때까지는 세상에 큰 임팩트를 끼치고 싶었다. ‘꿈의 기회와 총량을 늘려주는 아이템이 아니면 창업 안할건가?’ 이 질문에 대한 내 답은 명백히 No였기에,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도출된 새로운 답이었다.
입대 전에는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봤다. 시지프 신화를 읽었다. 도덕감정론을 읽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 모든 걸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세상에 꼭 큰 임팩트를 끼쳐야하나?’ ‘이 꿈이 정말 진심으로 내 내적 동기가 맞나?’
책을 읽어보니, 내 꿈은 사회와 환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꿈인 것 같았다. 우주적으로 세상에 큰 임팩트를 끼치는거나, 내 할 일 묵묵히 하며 소중한 내 사람들 잘 챙기는거랑 무엇이 그리 큰 차이가 있겠는가. (전부 한낱 먼지인데)
내가 믿고 있는, ‘큰 임팩트를 끼치는게 더 좋다’ 라는 것도 인간 세상이 만들어낸 가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입대 후에는 위대한 사람들의 생각, 역사의 교훈, 세상의 변화에 관한 Input을 많이 넣었다. 1)이 세상은 0.1%의 혁신가와 0.9%의 추종자들이 만든 1%의 역사라는 점 2)인류와 세상은 늘 미래를 굴리며, 장기적으로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다는 점 3)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변수와 상수로 미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
3가지가 인상적이었다.그래서 1)시간이 지나도 늘 중요한 상수 성격이 강한 문제와(의,식,주,금융) 2)미래에 더더욱 중요해질 변수 성격이 강한 문제(현 AI,크립토,XR,환경 등)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를 했다. 돌이켜보니, 또 또 또 세상에 더 많은 임팩트를 끼칠 수 있는거,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거 2가지에만 집중하고 있더라.
다시 돌아와서, 나는 뭐하고 싶지? 위 편지를 읽고 정리 및 확신이 좀 섰다. 나는 인류가 장기적으로 진보를 이뤄낸 혁신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람들이 무시할 때에도, 끊임없이 실험하며 점을 찍고 선을 이어나간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임팩트, 승리 이런 거는 그 다음 문제이다. 인류가 늘 그랬듯, 앞으로의 세상과 미래도 장기적으로 생각지도 못한 진보를 이룰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좋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건강하게 꿈꾸고, 끊임없이 굴려나가는, 그 결과 인류와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에 나는 가장 가슴이 뛴다. 그리고 그만큼, 세상을 바꿀 큰 문제를 풀고 싶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내가 이루고 싶은 건, 미래를 굴려나가는 일이니, 이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 그 자체이니, 주인공이 아닌 편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같은 꿈을 꾸지만 주인공을 하고 싶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역설적으로, 이는 앞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승리(경쟁)의 관점에서 내게 유리한 유일한 게임이기도 하다. 미래를 굴려나가고 세상을 더 나은 발상으로 바꾸어나가는 일은 Reset Moment가 발생하는 게임이다. 이 때일수록, 미래를 장기적으로 보고, 부단히 배우고 실행하는 사람이 더욱 유리해진다. 큰 꿈과 장기적 관점, 미래에 대한 관심, 실행력과 러닝커브만 충족한다면, 20대여도 전문성 있는 플레이어 대비 해자를 만들 수 있다.
기술 혁신과 미래 인프라를 굴리는 업의 본질은 장기적 관점을 가진 자만이 실현할 수 있는 arbitrage라고 생각한다. 자만하지 말고, 늘 열린마음으로 배우고 실행하며, 꾸준히 오랫동안 하자.
계획만으로는 점조차 찍을 수없다. 실행하고, 목표를 달성하자. 토스 이승건 대표님은 목표 달성 역량을 크기가 ‘실행력’이고 방향이 ‘전략/전술’인 벡터로 정의하더라. 공감이 많이 갔다. 방향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이자, 장기적 성공을 만드는건 벡터의 크기다. 크기만 크고, 배울 자세만 열려 있다면, 돌아가도 올곧은 방향으로 수렴할 수 있다. 생각만 하는 것을 늘 경계하자. 실행하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자만도 하지 말자. 이미, 같은 길을 걸어온 선조들의 지혜를 부단히 배우자. 새롭게 변하고 있는 진실들은 모름을 인정하고 실행/실험을 통해 검증하자. 나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생각이 아니다. 나 혼자 미래를 바꿀게 아니다. 인류가, 미래를 굴려나가고 있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나도 그들의 옆에서 같이 미래를 굴려나갔으면 한다. 미리 미래를 굴려왔던 사람들, 지금 굴리고 있는 사람들, 변수 속 상수를 유념하며 모두의 생각을 배우자. 실행이 제한된 군대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