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열흘 밤의 꿈’이라는 소설에는 일본 최고의 불상 제작자 ‘운케이’가 등장합니다. 다음은 주인공이 꿈속에서 운케이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입니다.
“저렇게 아무렇게나 끌을 쓰면서도 잘도 원하는 대로 눈썹이나 코를 만드는구나!”하고 감탄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까 그 젊은 남자가 “아니, 저건 끌로 눈썹과 코를 만드는게 아니야. 저 모양 그대로 나무 속에 파묻힌 눈썹과 코를 끌과 망치의 힘으로 파내는 것뿐이지. 마치 땅 속에서 돌을 파내는 것과 같으니 절대 잘못될 리가 없어.”라고 말했다.
컨셉을 설명하는 한 문장을 만드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두루뭉술한 생각들 속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을 깍아내고 하고자 하는 말을 찾아내는 것이죠.
‘컨셉 수업’에서 저자는 컨셉을 한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한 3단계의 접근법과 10가지 대표적인 유형을 소개합니다.
같이 읽어볼까요?
뮤턴트 레터는 돌연변이의 길을 택한, 혹은 택할 창업가들을 위한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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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의미를 정리한다: 3점 정리법
모든 컨셉은 궁극적으로 “A가 B하기 위해 C의 역할을 맡는다.”라는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객(A), 목적(B), 역할(C)이라는 3개의 요소가 중점이 되기에 ‘3점 정리법’이라 부르죠.
먼저 ‘A’는 타깃이 되는 고객을 ‘주어’로서 정의합니다. 주어를 고객으로 설정하면서 자연스레 고객의 눈높이로 시선을 맞추기 위함이죠.
‘B’의 목적은 ‘동사’의 형태로 적습니다. 고객이 지금까지 안(못)했던, 그러나 그러나 우리 덕에 할 수 있게 될 행동을 적어줍니다.
역할 ‘C’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이 새로운 행동을 하는데 어떻게 기여할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을 ‘명사’로 적어줍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컨셉을 ‘3점 정리법’으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겠죠.
고객: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목적: 도시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역할: 직장과 집 사이의 쉼터 역할을 한다.
Step 2 핵심만 남긴다: 목적인가 역할인가
이제는 step 1에서 정리한 내용의 핵심을 찾을 차례입니다. 이 단계의 결과는 크게 목적형과 역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3점 정리법의 ‘목적’과 ‘역할’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요? 어느 쪽이 더 우리 브랜드의 새로운 의미를 반영하나요?
한 줄로도 의미를 명확히 전할 수 있는 쪽은 어디인지 고민해 봅시다.
스타벅스의 예시에서는 ‘역할’을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에서 편히 쉴 수 있는‘ 방법은 테이크 아웃 커피로도 가능하니까요. 스타벅스의 컨셉은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죠.
Step 3 날카롭게 다듬는다: 두 단어 규칙
“좋은 컨셉으로 만들려면 영단어 2개 이내로 쓰는 것을 목표하라.”
근본적으로 세가지 이상의 개념이 함께하게 되면, 컨셉의 초점이 급격히 흐려집니다.
모든 혁신은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조합이라고 하죠, 아무리 새로워도 잘 알려진 단어 2개를 조합하면 표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스타벅스의 ‘the Third Place’, 에어비앤비의 ‘Belonging Anywhere’가 훌륭한 예시죠.
한국어의 특성상 조사의 뉘앙스가 중요하니, 두개의 ‘개념’을 사용해 문장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해봅시다.
잘 다듬어진 컨셉의 대표 유형 10
우리가 가진 장대한 비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려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거도 담고 싶고 저거도 담고 싶을테니까요.
그런 여러분을 위해 잘 다듬어진 컨셉 문장의 10가지 대표적인 유형들을 준비했습니다.
이 중 어떤 형식이 여러분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의미를 잘 담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1 혁신 화법
A에서 B로.
A를 B로 하다.
큰 변화가 따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는 변화의 전후를 설명하는 혁신 화법을 시도해봅시다. 현재 상황과 변화 후의 이상적인 상황을 병기해 임팩트를 내는 것이죠.
저자의 강의를 들은 한 수강생은 슈퍼마켓 체인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한창 ‘지역밀착형 슈퍼마켓’이라는 컨셉을 밀고 있었죠. 기존 물건만 사던 슈퍼가 최근 동네 사람들의 만남의 장처럼 되고 있다는 점을 캐치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변화의 방향성을 인지한 경우에는 혁신화법이 효과적일 수 있겠죠. 이 경우에는 ‘사러 가는 가게에서 만나러 가는 가게로’라고 적을 수 있겠습니다.
2 비교 강조법
A보다 B.
A가 아니라 B.
부정하는 요소와 긍정하는 요소를 나란히 전달해 의미를 명확하게 합니다. A에 들어갈 요소가 사람들이 여지까지 상식으로 여겼던 것이라면 효과가 더 크겠죠.
게토레이는 10대 학생들이 스포츠웨어에는 많은 돈을 쓰지만 스포츠 음료에는 큰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는데요,
‘승리를 위해선 입는 것 보다 먹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아 ‘ON보다 IN’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3 불 해소법
A가 없는 B.
불만, 불안, 불편, 부자유 등 많은 제품들은 ‘불’을 없애기 위해 탄생합니다. 여러분이 없애고 싶은 ‘불’은 무엇인가요?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필터 청소가 필요 없는 공기청정기’나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이 히트를 쳤죠.
4 비유법
A같은 B.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주 쓰이는 기법입니다. 비유의 대상이 전혀 다른 곳의 것일 때 효과가 극대화 되죠.
향수 브랜드 프레데릭 말은 ‘향기 출판사’라는 은유로 조향사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저가 항공사의 원조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버스 같은 비행기’라는 비유로 저가 항공사라는 개념 자체를 표현하였죠.
5 반전법
A(상식)을 뒤집으면 ‘B’
불 해소법과 달리 뒤집는 대상이 부정적인 것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을 뒤집을 때 효과가 배가 되죠.
안경 브랜드 ‘JINS’의 컨셉은 ‘눈이 좋은 사람을 위한 안경’이죠.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과 같은 제품군은 눈이 좋은 사람도 즐겨 쓰게 되니, 이를 컨셉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6 모순법
A인데 B.
‘작은 거인’,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모순되는 개념들을 연결합니다. 원래라면 or로 묶였을 단어들을 and로 연결해보는거죠.
일본 전역에서 영어회화 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노바’는 ‘역 앞인데 유학을’ 다녀오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여 ‘역 앞 유학’을 컨셉으로 잡았습니다.
7 민주화
X를 모두에게.
원래 특별한 일부만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을 진입장벽을 낮춰 모두에게 제공할 때 사용합니다.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빌 게이츠는 당시만 해도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를 초보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컴퓨터를 모두에게’라는 컨셉은 ‘Personal Computer’의 시대를 열었죠.
8 개인화
한사람에게 하나의 X를.
민주화의 반대급부가 ‘개인화’라는 사고방식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많은 서비스 영역에서 개개인에게 맞추어진 대응을 가능케 했죠.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는 하나의 편성표에 많은 사람들이 맞추어 움직이던 세상을 모두가 각자의 편성표에 맞게 콘텐츠를 즐기는, ‘한사람당 하나의 방송국’ 시대를 열었습니다.
9 슬라이드법
슬라이드법은 형식이라기 보다는 발상법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인 단어 조합에서 구성 요소를 바꾸어가면서(슬라이드 하듯이) 표현을 다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웨딩의 가장 흔한 모습은 ‘호텔 웨딩’일 것입니다. 여기서 ‘호텔’에 해당하는 단어를 슬라이딩 하면서 아이디어를 찾는 것입니다.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 공원, 도서관, 산, 하늘, 사무실 등등 말이죠.
새로운 가능성은 늘 상식에서 약간 어긋난 곳에서 출발합니다.
10 기호화
전하고 싶은 의미를 숫자, 도형, 단어 등의 심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이라는 말을 24h로 표현하듯요.
일본의 캡슐호텔 체인은 캡슐호텔에서 머무르는데 필요한 시간인 씼는 시간(1시간), 자는 시간(7시간), 외출 준비 하는 시간(1시간)을 상징화한 ‘9hours’를 컨셉으로 삼았습니다.
파리 시는 누구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도 편의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15분 도시’라는 컨셉을 만들었죠.
테스트하기
이 10가지 방법 중 마음에 드는 구문이 있으셨나요? 일단 마음에 드는 형식으로 작성하셨다면 그대로 노트를 덮고 그 문장을 3번 외워 보세요.
한번에 외우지 못했다면 문장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글자수가 길거나, 표현이 너무 복잡했을 수 있죠.
시간이 여유롭다면, 다음주까지 기다려 보세요. 어느 문장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요? 그새 잊어버린 말은 없을까요?
길이는 짧으나, 오래오래 자주 쓸 말이니 심혈을 기울여 고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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