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ANT Insight #5] 프로토타입보다 먼저 만드는 것은 뭐라 불러야 할까요?
프리토타입이라고 불러봅시다 (from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by 알베르토 사보이아)
“그 전에는 1년 4개월 걸려서 2억이나 써서 여덟 명이 했던 일을 저 혼자 이틀 동안 만원 써서 검증하는데 성공한 거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토스를 만든 이승건 대표가 토스 유투브 채널의 영상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오늘의 인사이트는 이승건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많이 알려진 토스의 창업 스토리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인 ‘pretotype’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뮤턴트 레터는 돌연변이의 길을 택한 창업가들을 위한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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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이 영상을 보고 오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실 이 단락 대신 영상만 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영상의 길이가 30분이나 되므로 일단 지금은 제가 간단히 요약해드리죠.
토스 팀이 간편 송금 이전에 시도했던 Ulabla라는 서비스는 약 1년 반동안 수억원을 쏟아부었으나, 결국 소비자들이 원했던 것이 아니라는 결론만 남긴채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도 7-8개의 제품을 만들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고 하죠.
이런 실패를 맛본 뒤, 이승건 대표는 ‘어차피 안될 건데’라는 생각으로 다음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합니다.
어차피 안될 것이니까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만 확인하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어차피 ‘no’라는 대답을 예상하면서요.
그래서 서비스를 만들지 않고 이미 서비스가 있는 척하는 광고만 만들어 봤습니다. 그렇게 낸 광고가 예상 외의 놀라울만한 반응을 보였고, 이 아이디어가 바로 지금의 토스를 있게 한 간편 송금 서비스였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비용은 수억원에서 페이스북 광고비단 몇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시간 또한 1년 반에서 단 이틀로 줄었죠. 모든 팀원이 달라붙어서 얻은 것을 혼자서 해냈고요.
지금의 토스를 있게 한 이 과정이 바로 오늘 소개할 ‘Pretotype’의 가장 훌륭한 예시입니다.
프리토타입(Pretotype)? 프로토타입 말고?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였던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그의 저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직접 정립한 개념인 ‘pretotype’을 소개합니다.
‘pretotype’은 ‘pre’와 ‘prototype’을 합쳐 만든 단어로 아이디어를 잘 만들기 전 과연 이게 제대로 된 아이디어인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Make sure you are building the right it before you build it right”
‘pro’totype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보며 과연 이게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의도한대로 만들어지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만들죠.
반면 ‘pre’totype은 아이디어가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만을 빠르게 알아보기 위해 시도합니다.
‘이걸 잘 만들 수 있을까?’와
‘이걸 꼭 만들어야 할까?’의 차이죠.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시대를 50년은 앞설뻔 한 IBM
1970년대 IBM은 키보드를 통한 타이핑을 음성인식을 통해 대체한 상품을 기획 중이었습니다. 아직 PC가 대중화 되지 않았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를 통한 타이핑에 익숙치 않았고 IBM은 음성을 통한 타이핑으로 PC의 대중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이 기술을 개발하려면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임은 자명했습니다. IBM은 그 전에 이 아이디어가 주 타겟인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아야 했죠.
그들은 이 기술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을 초대한 후 컴퓨터에 키보드 없이 마이크만을 연결하고 고객들에게 음성인식 타이핑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물론 아직 음성인식 서비스는 개발되지 않았었습니다. 마이크의 소리를 듣고 있던 전문 타이피스트가 옆 방에서 고객이 말하는 소리를 그대로 타이핑하고 있던 것이었죠.
이를 알리 없는 고객들은 음성이 바로 텍스트로 변환되는 기술에 처음에는 신기해했으나, 충분한 시간동안 직접 사용해본 후 구매 의사를 밝힌 이는 없었습니다.
몇 장의 텍스트를 직접 말하다보니 사람들은 목이 아파졌고, 사무실은 시끄러워졌죠. ‘옆 팀의 민수님의 실적이 저조합니다’와 같은 문장을 타이핑하기도 굉장히 곤란해졌고요.
결국 IBM은 이 프로젝트를 폐기하기로 결정합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IBM이 만드려는 기술은 어느정도 구현이 되어있죠. 그러나 그 누구도 키보드를 버리고 음성으로만 타이핑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IBM이 만든 것은 제대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엔 그런걸 만들 수도 없었을뿐더러, 수개월에 걸쳐 수백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런걸 원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결과만 맛봐야 했겠죠.
그 대신 IBM은 프리토타입을 만들어 하루 정도의 시간과 단 몇만원으로(속기사의 일당 정도와 피실험자들의 거마비 정도 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프리토타이핑, fake it till you make it
IBM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을 저자는 ‘미캐니컬 터크 프리토타입’이라 불렀습니다.
미캐니컬 터크가 뭐냐고요?
그럼 다른 방식도 있냐고요?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미케니컬 터크 프리토타입
미캐니컬 터크는 18세기 후반 유행했던 체스 ‘기계’의 이름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기계로 알고 있었으나 사실은 어린 체스 선수가 박스 안에 숨어 마네킹을 조정하여 채스를 둔 것이었죠.
이 방식의 프리토타입은 아직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부분을 인간이 은밀히 대신 구현해, 아이디어 검증을 하는 방법입니다.
구글도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어시스턴트인 OK구글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아직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구글 직원이 직접 어시스턴트 역할을 한 것이죠.
‘ok 구글, 피자가 먹고 싶어.‘라고 하면 이를 듣고 있던 구글 직원이 직접 근처의 피자집을 검색해서 주문을 하는 식으로요.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에서 언급된 ’컨시어지 mvp’와도 유사한 개념입니다.
가짜 문 프리토타입
아직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어도, 이미 있는 것처럼 가짜 문(광고 배너, 혹은 진짜 물리적인 문이 될수도 있죠)을 설치한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입니다. 앞서 언급한 토스의 이야기가 좋은 예시입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가 소개한 일화를 들어보죠.
회사를 그만두고 앤틱 서점을 차리고 싶었던 안토니아는 어느 장소에 서점을 열어야 잘될지를 고민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보지를 몇 곳 선정한 후 말 그대로 ‘가짜 문’을 만들었죠.
앤틱 서점이라는 팻말을 문에 걸어놓은 후, 건너편에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 중 몇명이나 관심을 보이는지를 지켜보고 있던 것입니다.
멈춰서서 팻말을 읽어본 사람, 노크를 해본 사람, 노크를 여러번 한 사람 등을 기록해 어느 장소에서 반응이 가장 좋았는지 알 수 있었죠.
물론 이 기법에서 약간의 윤리적 문제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렇다면 두가지 해결책이 있죠.
가짜 문을 연 사람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방법입니다. 가짜 배너를 누르면 이게 사실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실험이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죠. 위 사례에서 안토니아가 문 안에서 노크하는 고객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면 어땠을까요?
혹은 이어서 소개할 외관 프리토타입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외관 프리토타입
가짜 문 프리토타입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문을 열었을 때 실제로 응대가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가짜 광고 배너를 클릭했을 때 랜딩 페이지로 이어져 사전 신청을 받을 수도 있겠죠.
위 사례에서 안토니아가 실제로 문 안에 있었다고 생각해봅시다. 서점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앤틱 서적을 몇개 진열해 놓은 후,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서점이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다고 하거나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은 적어도 앤틱 서점에 관심이 있을 것입니다. 무슨 책을 원하는지 물어보며, 입고가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연락처를 얻을 수도 있겠네요.
하룻밤 프리토타입
팝업 스토어 같이 단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 아이디어가 장기적으로 실행할 가치가 있는지 검증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하룻밤동안 운영을 해보는 것이죠.
테슬라는 대리점을 개설하기 전에 최적의 위치를 찾는 데에 이 방법을 이용합니다.
그들은 테슬라의 미니 쇼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동 가능한 컨테이너를 만들었고, 대리점을 개설하려는 후보 지역에서 이 컨테이너를 이용해 팝업 스토어를 열고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방문자수, 계약 건수 및 액수 등을 파악해 어느 지역에 대리점을 열어야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것이죠.
잠입자 프리토타입
평소 비슷한 제품이 놓이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택하는지 지켜보는 방법 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이너 저스틴 포카노는 월허브(wallhub)라는 후크가 달린 스위치 판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 경우에는 시제품을 만드는데 까지는 어렵지 않았으나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가설 검증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포카노는 이케아 매장에 잠입해, 가게 여기저기에 시제품을 전시해 놓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관찰했습니다(제품 이름을 북유럽식으로 wälhub라고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물론 이케아에서 실제로 구매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 과정은 유튜브 영상 으로도 올라와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케아와 법적 분쟁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작은 동네 철물점 같은 곳에 소정의 돈을 지불한 후 제품을 전시하는 합법적인(?) 방법도 있겠죠.
상표 바꾸기 프리토타입
기존 상품의 포장만을 바꾸어 프리토타입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저자의 친구는 개발자를 위한 농담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고, 이를 묶어 책으로 펴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는 과연 이 책이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100000000 프로그래밍 조크’(256 프로그래밍 조크라는 뜻)라고 적힌 표지를 다른 책에 입혀 서점에 전시해놓았죠. 그리고 이 책을 들어보거나, 펼쳐보는 사람의 수를 세었습니다.
물론 서점 주인의 허가를 얻고, 책을 펼쳐본 후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기는 했지만요.
프리토타이핑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다는 점 같습니다. 정확히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지지 않는 것이 프리토타이핑의 의의인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알베르토 사보이아가 강조했듯이, 아이디어를 만들기 전 이게 만들만한 것(the right it)인지만을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빠르고 저렴한 것이 미덕인만큼 프리토타이핑은 여러분의 창의력이 발휘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사실 저는 창의력이 부족해 sns 광고 같은 방법밖에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어떤 창의적인 방법으로 더욱 싸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다양한 발상을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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